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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8-11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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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인생이다

기사입력 2021-06-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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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지인들과 서울 동작동 둘레길을 걸었다. 시작부터 가파른 나무 계단이 나오자 동행자가 말했다. “처음부터 쉽지 않네.” 사실 우리 삶이 그렇다. 아기는 처음 자궁 밖으로 나올 때부터 산모 못지않게 심한 고통을 겪는다. 좁은 산도를 힘들게 빠져나온 후에 울리는 승전보가 아기의 첫울음이다.

그날 나는 산속 나무 그늘에서 미니 강연을 했다. ‘산행은 인생이다라는 주제의 짤막한 강연이었다. 산행과 인생은 일곱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내용이다.

첫째, 같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산행을 하다 오르막이 나오면 너무 불평하지 말자.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으니까. 오르내림이 있으니 산의 풍광도 아름다울 있다. 우리 인생에도 가파른 오르막과 쉬운 내리막이 있다. 그래서 인생이 살맛나는 것이다. 만약 오늘이 내일 같고 내일이 모레 같다면 사는 재미가 없다. 편한 내리막만 있다면 인간의 영혼은 나태해질 것이다.

둘째, 조고각하(照顧脚下)이다. 자기 발밑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우주를 연구한다고 하늘만 쳐다보며 걷다가 웅덩이에 빠졌다고 한다. 산행을 하다 넘어지는 것은 커다란 '()부리' 아니라 자기 앞의 작은 '돌부리' 간과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그렇다. 아프리카 기아나 문제로 가정불화가 생기는 일은 없다. 세계적인 자선사업을 펼치던 억만장자 게이츠 부부도 결국 일상의 문제로 갈라섰다. 조고각하란 발밑을 살피듯 자신의 마음자리를 살피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셋째, 실패를 대하는 방법이다. 산행에서 넘어졌으면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한다. 고려 국사 지눌은땅에 넘어진 ,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한다(因地而倒者 因地而起)” 했다. 삶의 실패를 만났을 우리가 취할 자세가 그러하다. 실패를 했다면 회피하지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야 한다. 실패나 잘못을 범했을 거기에 연연하기보다는 그것에서 무엇을 배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공자는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 그것이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잘못에서 무언가 배운다면 우리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있다.

넷째, 척할 없다. 평지형 인간인 소설가 김별아씨가 자녀와 함께 백두대간을 종주한 적이 있었다. 다른 학부모, 아이들과 팀을 이루어 1 넘게 산행을 했다. 어느 산행이 어려운지, 공부가 어려운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그야 당연히 산을 타는 어렵죠! 공부는 하는 척할 있지만 산은 타는 척할 없잖아요?” 어느 1 학생의 설명이었다. 자기 발로 자신의 몸무게를 옮겨야 하는 산행처럼 인생도 자기 삶의 무게를 지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누가 대신 아파하거나 살아줄 없다. 절대 사는 척할 없다.

다섯째, 과정이다. 산행의 즐거움은 과정에 있다. 산행을 하는 사람 중에는 산꼭대기에 빨리 오르려고 급히 서두르는 사람이 있다. 그는 정상에 오른 발아래 펼쳐진 풍광을 보고 희열에 젖을 것이다. 하지만 산꼭대기에 머무는 시간은 매우 짧다. 20분도 되지 않아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산행이 재미있으려면 산을 오르고 내려가는 모든 과정을 즐길 있어야 한다. 길옆에 꽃을 보거나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기쁨을 느껴야 한다. 오로지 정상만 목표로 삼고 산을 오르면 산행의 재미는 반감되게 마련이다. 빨리 정상에 오르려고 걸음의 속도를 높이다 보면 주위의 들꽃에 눈을 맞출 시간이 없다. 삶의 즐거움도 마찬가지이다.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인생의 과정을 즐길 알아야 한다. 성공이 산의 정상이라면 행복은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이다. 만약 성공의 정상에 머무는 것만 행복이라고 여긴다면 그의 행복은 무척 빈약해질 것이다. “성공하면 행복할 거야!” “성공하면 인생을 맘대로 즐기고 거야!” 그러나 돈은 저축할 있어도 행복은 저축이 불가능하다. 삶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이미 흘러간 강물을 되돌릴 없듯이 지금의 행복감은 지금 아니면 느낄 없다. 행복을 절대 미루지 말자.

여섯째, 하산이다. 산을 올라갔으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하산할 배낭의 짐은 산을 오를 때의 절반 이하로 준다. 인생도 그렇다. 젊을 성공을 위해 온갖 욕망을 가득 채우지만 중년이 넘어서는 그것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한다. 나이 들어 인생이 힘들다면 삶의 짐을 비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려갈 보았네. 올라갈 보지 못한 이란 시가 있다. 올라갈 때는 꽃을 보지 못했을까. 정상만 쳐다보며 걷느라 비움과 여유를 잃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일곱째, 중력이다. 산의 오르막을 오르는 것이 평지를 걷는 것보다 힘이 들까. 그것은 중력 반대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턱걸이를 하기가 힘든 것도 중력과 반대로 자기 몸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력이 없다면 우리는 지구에서 바깥으로 튕겨나가고 만다. 내가 우주의 미아 신세가 되지 않도록 지구는 쉬지 않고 나를 단단히 잡아준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산행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중력의 존재를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인생에서도 삶을 지탱해주는 중력이 있다. 어떤 분은 그것이 가족이라고 하고, 사랑이라고도 한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신일 있고, 삶에 대한 감사일 수도 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삶의 중력이 있는가.

 

출처 배연국의 행복편지 (gc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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