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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0-10-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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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을 위한 Placemaking으로서 공공미술 프로젝트

기사입력 2020-10-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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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미술협회 거창지부장
미학박사 권진상

일찍이 독일의 예술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1971년 여름 사회적 조각(Soziale Plastik)’개념을 대중에게 선보인 바 있다. 그는 당시에 테니스장을 확장하기 위해 뒤셀도르프 공원의 나무들을 무분별하게 벌목하는 계획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그리고 벌목으로 더럽혀진 공원의 삼림 거리를 청소하고 벌목된 나무에 태그를 부착하였다. 보이스는 환경이란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하며 이러한 행위는 사회 참여적인 예술의 실천(Socially engaged art practice)의 효시가 된다. 그리고 그는 1982년 제 7회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 7)에서 7000그루의 떡갈나무를 심고 7000개의 현무암을 나무 옆에 설치하는 행위예술을 선보였다. 이러한 보이스의 행위는 예술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건강하게 조화시킨 공공미술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설명요셉 보이스 〈7000그루의 떡갈나무〉 1982~1987
Joseph Beuys: The Art of Arboriculture
https://www.awatrees.com
 

20세기 중반을 기점으로 모더니즘이 절정에 달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미술은 오직 순수한 자기만족을 위해 치닫는다. 작가들은 스스로의 자기충족적인 가치를 추구했는데, 그 이론적인 배경에는 칸트가 언급했던 자기비판의 핵심 과제가 곧 순수성 표현이라는 생각이 자리했다. 이러한 순수성의 표현을 추상표현주의자들은 정언명령처럼 받아들였고, 그들은 철학적인 사고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순수미술을 너도나도 추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반 사회 대중이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을 하고 있었고 대중과 호흡을 위한 사회 속에서의 예술의 역할을 해 온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관 위주로 전시되는 순수미술은 대중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오직 엘리트를 위한 미술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러한 비판을 극복하는 방향으로서 오늘날 공공미술은 1960년대 후반 이후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면서 대중에게 친숙하게 알려졌다. 먼저 수잔 레이시(Suzanne Lacy)는 당시에 이루어진 예술적 실천을 바탕으로 1994년에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Mapping the Terrain: New Genre Public Art)에서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그리고 레이시의 공공미술 개념은 널리 적용되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레이시는 공동체소통그리고 참여라는 의제를 중시하고 도시를 공공미술의 장으로 변화시키고 미술과 공중(公衆)이 함께 소통하도록 했다.
 

찰스 올덴버그 〈스푼다리와 체리〉 1985~1988, 미네소타
Art with a cherry on top
https://curious.com/curios 설명
 

다음으로 도시환경과 인문학사회과학을 관련지어 예술과 도시계획에 집중했던 이론가 중 한 사람으로 맬컴 마일즈(Malcolm Miles)를 들 수 있다. 마일즈는 존 윌렛(John Willett)이 처음으로 공공미술이란 용어를 제시한 이후 30여 년이 지난 1997미술, 공간, 도시(Art, space and the city)을 출판한다. 그리고 마일즈는 삶의 가치가 담긴 도시를 위한 공공미술의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하였다. 그는 공공미술을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 및 전시되는 작품이라고 정의한다. 마일즈에 따르면 공공미술이란 환경미술과 비슷한 개념을 갖고 있으면서도 말 그대로 공공적인 성격을 갖춘 미술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수립 이래 최근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규모 예술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에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업은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시해야 할 것이다. 2013년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국가도시재생 기본방침은 국민이 행복한 도시 재창조를 비전으로 일자리 창출 및 도시경쟁력 강화, 삶의 질 향상 및 생활복지 구현, 쾌적하고 안전한 정주환경 조성, 지역 정체성 기반 문화 가치 및 경관회복과 주민 역량 강화 및 공동체 활성화라는 다섯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국가도시재생 기본방침은 곧,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문화예술의 촉매 작용으로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 향상에 적극적인 매개 역할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공공미술은 탈산업화시대 과정에서 쇠퇴된 구도심의 도시재생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문화예술로서 마을을 살려나가야 하는 임무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행정과 민간이 상호 신뢰와 이해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여 지속적인 가치를 가꾸어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개발과 연계하여 지역전문가와 예술가, 시민단체, 공공기관, 시민 등 다양한 지역 사회 조직이 만나는 지점에서 구체적이고 실천력 있는 담론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커뮤니티 아트에 기초한 예술가, 참여 공동체, 재정지원 공공기관 등 각 주체의 역할이 협력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 의해 원활하게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도시에 문화가 흐르고 마을 공간이 새롭게 탄생되는 placemaking(장소 만들기)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도시민들의 특정한 공간에 삶의 의미와 경험을 부여하고 도시민들이 삶의 질을 되찾아 가는 프로젝트로 성공할 수 있다.

 

좋은 장소를 만드는 일과 관련한 placemaking은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다양한 환경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즉 지역의 인문지리적 환경과 향토적 서정 등을 바탕으로 구성원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장소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 민주주의의 개념에서 비롯된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를 통해 바른 지역주민이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공에서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그 지역민의 애향심 또한 높아질 것이다. 커뮤니티 아트는 커뮤니티의 상호작용이나 대화로 구현되므로 전문 예술가는 평소에는 예술에 종사하지 않는 커뮤니티 구성원과 협력해야만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으며, 근본적으로 커뮤니티 아트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소통하며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알렉산더 칼더 〈플라밍고〉 1973, 시카고
Great Lakes - Chicago
https://www.peter-auf-tour.de설명
 

그동안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기존의 예술 존재 방식을 재검토하고 예술, 인간, 자연, 지역 사이의 새로운 관계성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 미술 프로젝트가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에서 이루어지는 감상을 위한 전문 미술관이 아니라 일상의 장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시와 자연 속에서 미술가들과 다양한 사람이 함께 참여하여 협력함으로써 공공 속의 미술(Art in Public)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공공미술을 통해 도시의 구성원은 공적인 생활 속에 참여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도시에서 주목받지 못한 장소도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결국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전문 예술가들의 지도가 있어야 하고 현지 문화를 기반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작가들은 작가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순수미술이 아니라 예술의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을 깨닫고 대중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 즉 개별 작가가 예술의욕을 가지고 예술혼으로 잉태시킨 고유의 결정체로서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 공공 공간에서 친숙하면서도 공공성을 갖춘 미술작품과 조형물이 대중과 더욱 자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칼럼

()한국미술협회 거창지부장 · 미학박사 권진상

거창인터넷신문 (gc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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