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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오전 11:30:24 입력 뉴스 > 초신성(超新星)

변명은 변명을 낳는다



문화예술행사에 발행되는 리플렛이나 프로그램은 전시나 공연작품을 관객들에게 이해를 돕기 위한 여러 가지 보충자료를 싣는 기획적인 홍보물이다. 전시도록(프로그램)은 작가의 작품제작 의도나 작품사진을, 공연물(무용, 음악, 연극)은 연출가, 지휘자, 안무자의 작품제작의 변()이나 작곡가, 극작가의 소개와 작의(作意)를 앞부분에 올리고 연주자 무용수 출연배우와 스텝사진을 싣는다.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그런데 재미나는 것은 전시나 공연의 책임자급에 속하는 연극의 연출, 무용의 안무, 음악의 지휘자들이 쓴 작품의 변()과 실제 작품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프로그램에 기록된 작품제작의 방향은 A쪽인데 실제공연이나 전시작품의 내용은 얼토당토않은 것이 있을 경우가 많다. 원인은 이상적인 의도와 열의는 충만한데 현실적으로 표출된 작품은 그에 못 미치는 기술부족의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변명할 변()으로 끝날 수밖에....

 

작품을 보고난 뒤 시쳇말로 속았다. 고문당했다.” 라는 말이 푸념처럼 튀어나오는 것 또한 작품의 실체와 프로그램의 작품내용과 동떨어진 괴리 때문이다. 이럴 때 연출, 안무, 지휘자는 관객들로부터 욕을 먹으며 외면당하고 만다. 세속적으로 심하게 표현하면 사기 당했다할 정도로 억울해 한다. 비록 자유로운 상상과 가공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만든 예술품이지만 완벽하지 못하면 관객에게 조롱당하는 두려움을 예술가는 신앙처럼 고수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관객은 변명을 믿지 않고 실체만 보고 평가를 하게 된다.

 

현대는 변명투성이로 살아가는 어릿광대의 무대와 비슷하다. 자기반성보다는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의식이 지배적이다. 이것이 현대의 비극 중에 비극에 속한다. 사회학자들이 그 원인을 내어놓는 것을 보면 조금 이해가 간다. 현대인의 극악한 이기심의 발로와 과학의 껍질로 만들어진 법문화가 생활화되다보니 자기 잘못을 인정하게 되면 처벌을 받고 불이익당하니 일단 억지를 부리거나 변명을 늘어놓는 습성들이 일상화되는, 양심이 실종된 사회망조의 단면이라고까지 지적한다.

 

며칠 전 모지역신문사장이 관여한 거창국제연극제에 대한 낙제평가 F등급을 받은 것과 협찬금 1억을 못 받은 것에 대한 변명을 밑도 끝도 없이 카톡에 올려 진실을 우롱한 유치한 사실이 있었다. F등급과 협찬금1억 원이 집행부책임이 아니라는...그리고 연극콤플렉스가 있는지 몇몇 역량이 미미한 연극인을 내세운 허울 등, 두서없는 내용을 지역 언론사와 군의원들에게 날려 여론을 악의적으로 조작하려는 발악적 의도를 보며, 사회학자가 지적한대로 현대는 변명의 바이러스가 판을 치는 시대로 타락되는 실상을 확인한 것 같아 씁쓸했다.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지 못하는 것이  자연법칙이지 아니한가?

 

거창국제연극제의 콘셉트는 자연과 인간이 연극으로 하나 되는 야외공연예술축제이다. 이 차별적 콘셉트 때문에 거창국제연극제가 서울이나 대도시축제보다 차별성이 부각되어 각광을 받아왔는데, 50개 단체의 공연 중에 15개 이상을 수승대가 아닌 문화원 상살미 홀에서 공연을 했으니 기본 콘셉트에 어긋났고, 공연장 운영과 환경구성이 조화력을 잃어 축제의 통일성이 산만했으며, 마케팅부재의 홍보기획력이 향토축제수준으로 국제행사와는 천양지관 차이가 나, 결국 관객들이 거창으로 유입되지 않은 큰 실책이 F등급을 가져온 결과라고 문광부 평가서에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전번 집행부에서는 전국을 발로 뛰어다니며 1억 이상의 기업협찬을 받아왔는데, 협찬과 아무관련이 없는 감사원 운운 하며 3천만 원도 채 안 되게 협찬받은 것을 변명으로 일관하니,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이 몇 있을까? 차라리 집행부가 협찬 할 섭외능력과 자신이 없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면 일말의 양심은 지켜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평가결과를 겸허하게 반성하지 않고 누구 탓으로 뒤집어씌우니 그야말로 연극제를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인지 월급에 눈이 어두워 이율배반으로 양심을 파는 것인지 한심스러운 작태들이다.

 

가증스러운 것은 작년의 평가결과는 우수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구렁이 담 너머 가듯 슬그머니 흘리는 술수는 가관이다. 물론 A등급을 받아 재작년에 삭감된 1억의 몇 프로라도 되찾으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게되어 있다.... 변명은 변명을 낳는다고 했다. 진정한 반성이 없는 자는 무덤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을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는 서양속담처럼 자기표류로 자기파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관객과 주민이 바보가 아닌 걸 모르면 변명은 항상 거짓말이 되어 공회전한다.

 

설날 특집 연극공연이 있어 티켓 예약을 했다. 공연의 제목이 재밌다. 풍자극인데 껍질들은 깨어져라란 한국초연의 번역극이다. 주연급 배우들의 라인업이 꽤나 괜찮은 작품이다. 설이지만 상행선은 상쾌한 주행이 틀림없을 것이다. 좋은 연극을 본다는 즐거운 행복감이 밀려오다 문득 프로그램에 수록된 연출자의 변()과 무대 위 공연 실체가 다르지 않기를 걱정해 본다. 변명의 세상일수록 변명하지 않고 실체를 정직하게 밝히는 진정한 용기로 양심의 불꽃을 피워야 사람사는 사회라고 한다. 

거창인터넷신문(gc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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